본문 바로가기

경제학

외부경제효과에 대한 정보

2011년 10월 덴마크가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해 세계의 이목을 이끌었다.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줄이기 위해,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식음료 제품에 별도로 세금을 신설한 것이다. 덴마크 국민 중 13%가 비만이고 47%가 과체중인 상황이었다. 비만인 사람이 많을수록 생산성이 저하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포화지방산을 2.3% 이상 함유한 모든 식품에 대해 1킬로그램당 16 크로네의 세금이 붙었다. 덴마크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들의 지방 섭취가 10%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덴마크의 비만세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만세를 부과한 결과 물가가 뛰었던 것이다. 새로운 세금이 붙으면서 육류, 버터, 우유, 피자, 식용유, 조리식품, 패스트푸드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국민들로 하여금 건강에 좋은 식품을 먹게 하려던 당초 의도와는 달리, 건강에 좋은 식품과 식자재 값까지 덩달아 뛴 것이다. 그러자 덴마크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경 넘어 독일이나 스웨덴으로 가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덴마크 내 소비와 일자리가 줄었음은 물론이다. 결국 덴마크 정부는 2012년 11월 비만세를 폐지하고 말았다. 아울러 설탕에 세금을 물리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비만세는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비만 유발 식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케 하려는 의도였다. 즉 비만의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외부효과란 누군가의 행동이 타인에게 이익이나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외부효과가 타인에게 이익을 주던 외부 경제, 반대로 손실을 끼치면 외부 불경제가 된다. 예컨대 꽃집에서 화사한 화분을 진열해놓은 모습을 보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지지만, 앞서 가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원치 않아도 담배연기를 마시게 되어 불편을 초래한다. 꽃집은 타인에게 외부 경제를, 담배 피우는 사람은 외부 불경제를 제공한 것이다. 경제학원론에서 외부효과를 설명할 때는 흔히 과수원과 양봉업자를 예로 든다. 과수원 부근에서 꿀벌을 키우면 과수원의 꽃이 필 때 벌들이 얻을 수 있다. 이웃집에서 솜씨 좋은 연주자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거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 마당에 울려 퍼진 아름다운 아리아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타인에게 편익을 제공한다. 긍정적 외부효과의 사례다. 이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외부 경제는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본인에겐 좋지만 타인에게는 해를 끼치는 외부 불경제는 심각한 갈등과 경제적 비용을 유발하기에 늘 사회적 관심사가 된다. 예컨대 한강 상수원 수원지 상류에 양돈장을 지어 돼지 분뇨를 방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낡은 트럭에서 내뿜는 시커먼 매연은 또 어떤가. 물론 외부 경제가 외부 불경제가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도 있다. 향수를 진하게 뿌린 사람이 지나갈 때 그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질색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수 싸이가 세계적 스타가 된 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벌인 공연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원해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던 주변 근무자나 행인들에게는 엄청난 소음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정부가 일일이 개입해 금지할 수도 없다. 공해, 소음, 강물 오염 등과 같은 외부 불경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는 별도의 거래비용이 들지 않을 경우 당사자간 거래를 통해 외부 불경제를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코스의 정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당사자가 다수이게 마련이고 피해의 원인과 입증 책임의 범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공해와 같은 광범위한 외부 불경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기적인 개개인이 자신의 효용을 추구하는 동안 타인에게 손실을 유발하는 외부 불경제는 경제학에서도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시정하기 위해 고안된 세금을 물림으로써 외부효과를 내부화, 즉 본인 부담이 되게끔 만드는 것이다. 피구세는 첫 제안자인 영국 후생경제학자의 이름을 딴 세금으로, 비만세는 물론 담뱃세, 주세, 환경세, 교통세, 카지노세 등이 피구세의 범주에 들어간다. 경제학자들은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정부의 직접 규제보다는 피구세가 효과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정부가 각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 한도를 연간 300톤으로 규제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300톤 이하로 감축하고 나면 더 이상 줄여야 할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 또한 정부가 일일이 감시하고 처벌하는 데도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오염물질 배출 시 톤당 일정 액수의 세금을 물린다면 기업은 오염물질을 300톤 이하로 줄였더라도 더 줄일수록 이득이 되므로 최대한 감축하고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피구세 가운데서도 국민 건강과 복지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특정 품목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물리는 세금을 죄악세 또는 악행 세라고 부른다. 술. 담배의 가격을 올리자는 이야기는 곧 죄악세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물론 술. 담배를 즐기는 게 죄악이냐고 반문하는 애주가, 애연가들도 많다. 그러나 과한 음주는 음주운전과 그에 따른 교통사고, 주폭에 의한 폭행 상해, 알코올 중독자 양산 등 부정적 외부효과 또한 유발한다. 담배로 인한 간접흡연 문제도 적지 않다. 금연구역을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가격을 대폭 올려 수요를 줄 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비만은 본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생산성 저하, 의료 수요 증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는다. 선진국 일각에서 논의했던 설탕세, 소다 세도 같은 취지다. 하지만 세금제도는 취지가 좋다고 쉽게 정착되는 게 아니며, 정부가 선한 의도로 개입한다고 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경제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외부효과를 이유로 개인의 선택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도 논쟁거리다. 비만세로 인해 물가가 뛰고 일자리가 줄자, 덴마크 국민들은 앞서 말했듯 외국에 가서 장을 보았다. 비만세 부담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명분도 현실적 필요를 넘어서진 못한다. 이는 지나치게 친절한 정부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