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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터부의 경제원리에 대하여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구약성서에는 돼지가 부정한 동물이기 때문에 이를 먹거나 손대면 부정하게 된다고 기록해놓고 있다. 원래는 먹을 수 있는 동물로 '발굽이 완전히 갈라져 그 틈이 벌어져 있고 되새김질을 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슬람교도들 역시 돼지를 불결하고 부정한 동물로 여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그같이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돼지고기는 다른 어떤 동물의 고기보다 효과적으로 곡식의 알곡이나 쭉정이들을 고농도 지방과 단백질로 바꾸어준다.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은 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일까? 돼지가 불결하고 부정한 동물이기 때문일까? 첫 번째 가설은 돼지가 더러운 습성과 불결한 식습관 때문에 돼지고기 터부, 즉 금기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유는 돼지의 습성과 먹이가 매우 더럽고 혐오스럽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돼지가 불결하다는 통념은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돼지는 사실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배설도 일정한 장소에서 처리한다. 인분을 먹는 것은 사람들이 먹이를 제대로 주지 않아 달리 먹을 게 없어서다. 또한 체온 조절을 위해서는 진흙탕에 뒹굴면서 피부에서 조화 열을 발산해야 하는데, 자기 배설물 위를 뒹구는 것은 깨끗한 진흙이 없어서일 뿐이다. 다른 짐승들도 좁은 우리에서는 자기 배설물 위를 뒹굴기도 하고, 굶주리면 인분을 먹기도 한다. 돼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두 번째 가설은 돼지가 가진 선모충에 감염될 위험 때문이라는 것이다. 19세기에 돼지를 날로 먹었을 때 선모충 병에 걸린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날것으로 먹었을 때 위험한 것은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보균 동물이므로 접촉하지 말라고 했다면 모두 금지해야 마땅하다. 유독되지만 불명예를 쓸 이유가 없다.두 가설 모두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돼지 혐오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제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경제학의 비용 편익 분석을 이용해 돼지 혐오 문화를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무엇보다 중동 지방의 기후와 자연 생태계는 돼지 사육에 적합하지 않다. 돼지는 37도 이상의 직사광선 아래서는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중동의 한낮 기온은 40도가 넘는다. 이런 조건에서는 소, , 염소처럼 섬유질이 많은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을 기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반면에 돼지는 숲이나 그늘진 강둑에 살며 주로 나무 열매, 과일, 식물 뿌리, 곡식 등 섬유질이 적은 식물을 먹는 인간과 먹이가 겹치는 경쟁자였다. 또한 거리를 몰고 다니기도 어렵고, 젖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돼지고기가 맛이 좋다고 해도, 식용용으로 사용할 만큼 사육하기에는 생태학적으로 부적합했다. 즉 돼지고기를 먹을 때의 '편익'보다 돼지 사육에 드는 '비용'이 훨씬 컸다.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는 인간이 먹을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하는 동물은 일종의 사치품이었다. 그런 점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싶은 유혹이 크면 클수록 종교를 통해 강력히 금지할 필요성도 커진 것이라 할 수 있다.이에 반해 한국, 중국 등 동양권이나 일부 지역에서는 온전한 형태의 돼지 선호 문화가 발전되기도 한다.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를 올려놓는 것은 중동의 돼지 혐오와는 정반대 습관이다. 그렇다면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왜 소고기를 먹지 않을까? 힌두교들에 암소는 삶의 묘제이기에, 암소를 죽이는 것보다 더 큰 신성모독은 없다. 힌두교들은 이슬람교도들을 '소 살해자'라고 증오했고,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되기 전에는 유혈 폭동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났다.힌두교에서 암소를 신성시하는 것은 주로 윤회설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된다. 힌두교들은 암소를 자신의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긴다. 악마에서부터 소에 이르려면 86번의 윤회를 거쳐야 하는데, 한 번 더 윤회하면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소를 죽인 사람의 영혼은 가장 낮은 단계로 미끄러져 이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하지만 암소를 숭배하게 된 것이 오직 종교 때문일까? 인류 역사에서 소는 가장 중요한 단백질원이자 동력원이었다. 유독 인도에서만 종교로 인해 소고기 터부가 생겼다는 설명은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인도에서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암소들은 거룩한 존재로 여기지만 그리 잘 먹여 키우지는 않는다. 대개는 비쩍 말라 뼈만 앙상하고, 우유도 연간 500파운드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암소 숭배 사상이 유지되어온 것은 인도의 전통 농경문화와 연관이 깊다. 인도 농민들에게 수소는 미국 농업의 주 동력원인 트랙터와도 같다. 트랙터는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낫는다. 따라서 인도에서 암소를 소유한 농민은 수소를 생산해낼 공장을 가진 셈이 된다. 암소의 주된 경제적 가치가 쟁기를 끌어줄 수소를 낫는 일이라면, 고기나 우유를 활용할 수 없더라도 충분히 보호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사실 인도뿐 아니라 어 이사 농경문화에서 소를 중시하지 않는 민족은 없다. 인간이 동력을 발명하기 전까지 소 없이는 농사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엇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소똥조차 퇴비나 연료로 요긴하게 쓰였다. 따라서 아무리 흉년이 들어먹을 것이 귀해도 웬만해서는 소를 잡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이듬해 사람이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중국에 기근이 들러 흙을 끓여 먹어야 했던 상황에서 주인공 왕릉은 비장한 표정으로 애지중지하던 소를 잡기 전에 망설인다. 농민들에게 소는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유일무이한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거대 인구의 인도에서 농업 인구가 대규모로 도시에 집결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대혼란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저에너지, 소규모, 가축 위주의 농업 시스템이 유지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며 지적했다.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소를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쟁기를 끌던 소를 경운기와 트랙터가 대신하고, 소는 대개 고기와 우유를 공급하는 가축으로 변모했다. 경제적 요인이 종교적 터부나 사회적 금기의 원천이 되었지만, 경제 환경이 바뀌면 터부도 달라질 수 있다. 문화와 경제를 한 묶음으로 보아야 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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