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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경제적 자유에 대하여

식민지에서 해방됐지만 나라가 분단된 남한과 북한은 세계 학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지난 60여 년간 서로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기에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등 여러 방면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같은 민족인데 왜 달라졌고, 무엇이 그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먼저 남한과 북한의 주요 지표를 비교해보자. 인구는 남한 5,000만 명, 북한 2,472만 명으로 약 2배 차이가 난다. 반면 면적은 남한이 약 10만 제곱킬로미터, 북한이 12만 제곱킬로미터로 북한이 약간 넓다. 지하자원 또한 남한에는 석탄, 텅스텐 외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다. 반면 북한에는 360여 종의 광물자원이 있고 이 중 200여 종은 경제성이 있다. 매장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광물만도 마그네사이트, 중석, 몰리브덴, 흑연, 중정석, 운모, 형석 등 7가지나 된다. 특히 컴퓨터 반도체 등 정보통신 제품에 쓰이는 16가지 희귀 광물을 가리키는 희토류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매장량을 자랑한다. 더구나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이북 지역에 공장을 짓고 발전시설을 건설했기에 1948년 건국 당시 북한은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우세한 여건이었다. 실제로 1960년까지만 해도 북한이 남한보다 1인당 소득이 높았다. 분단 65년이 흐른 지금,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은 어떨까? 한국은행의 추계에 따르면 경제 규모는 2012년 기준 남한이 1,279조 원, 북한이 33조 5,000억 원으로 38.2배 차이가 난다.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이 2,559만 원으로 북한의 137만 원보다 18.7배 많다. 잇단 자연재해와 경제 제재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던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의 북한 경제성장률은 줄곧 마이너스였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이 열린 2000년대 들어서야 남한의 지원 덕에 경제가 간신히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더구나 남·북한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한반도를 찍은 위성사진이다. 남한은 서울, 수도권,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 권역마다 불야성이지만, 북한은 평양 외에는 거의 불빛을 찾아볼 수 없다. 남한의 생활수준은 스페인, 포르투갈 수준인 데 반해 북한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빈국들과 비등하다. 건강 상태는 더욱 열악해 북한 주민은 평균적으로 남한의 시민들보다 10년가량 수명이 짧다. 왜 이런 격차가 벌어졌을까. 같은 민족이니 민족성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문화적 차이도 거의 없다. 중국 역사서에 기록된, 음주·가무를 즐기는 동이족의 특성은 남한과 북한이 빼닮았다. 그렇다면 지리적 환경의 차이일까? 물론 북한은 남한보다 산지가 더 많고 험하다. 하지만 풍부한 지하자원과 산업 기반을 고려할 때 오히려 산업화가 더 빨랐어야 맞다. 이에 대해 MIT 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함께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는 나라마다 경제적 성패가 갈리는 이유가 제도와 경제 운용에 영향을 주는 규칙, 국민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성과보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즉 경제제도가 포용적이냐 착취적이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사유재산이 확고히 보장되고, 법체계가 공평하게 시행되며,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을 할 수 있는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개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런 면에서 남한이 채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는 일반 대중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개개인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반면 북한은 공산주의와 중앙통제경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사유재산은 불법화하고, 시장도 금지되었으며, 주민들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자유를 제한받았다. 이를테면 이사도 마음대로 못 가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포용적 경제제도와 정반대인 착취적 경제제도였다. 권력을 독점하는 소수 엘리트층은 으레 다른 사회 구성원의 자원을 착취할 수 있도록 경제제도의 틀을 짬으로써 자연스럽게 착취적 정치제도를 갖게 된다. 포용적 경제제도와 착취적 경제제도의 근본적 차이는 ‘경제적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적 자유란 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재산권 보장, 신체의 자유, 등 여러 가지를 예를 들 수 있다. 오늘날 북한 주민들은 주기적인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른바 ‘꽃제비’라는 탈북 어린이들의 신장은 남한의 또래들에 비해 20㎝나 작다. 한창 클 나이에 영양 섭취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평과 전망대에서 불과 4㎞ 떨어진 북한 연백평야를 보면 산에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들다. 온통 민둥산이니 수시로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가 닥쳐서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땅이 척박해 비료 없이는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도 없다. 북한은 시장을 금지했지만, 생활필수품이 거래되는 자연 발생적 암시장인 ‘장마당’은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 식량난으로 배급마저 제때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비싸더라도 장마당이 없으면 식량조차 구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북한 당국도 완전히 금하진 못하고 있다. 그런 장마당이 한때 북한 전역에 200여 곳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 60여 년간 남한과 북한의 경제 격차만 보아도 경제적 자유 없이 국부와 생활수준을 높일 수 없음은 분명하다. 오늘날 선진국 가운데 포용적 경제제도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또한, 경제적 자유가 있으면서 가난을 면치 못하는 나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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