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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경제개방의 힘에 대하여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최대 국립공원인 세렝게티는 면적이 한국의 7분의 1에 달하는 대평원이다. 세렝게티는 마사이어로 ‘끝없는 평원’을 뜻한다. 사바나 초원지대의 중심에 있기에 초식동물뿐만 아니라 그 천적인 육식동물도 다양하다. 한마디로 지상 최대의 야생동물 낙원으로, 1981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다윈 진화론의 토대가 된 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 역시 독특한 야생동물 서식지로 유명하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19개의 크고 작은 섬과 다수의 암초로 이루어져 있는데, 1535년 스페인이 처음 발견한 당시에는 무인도였고, 큰 거북이 많았다. 거북을 스페인어로 ‘갈라파고스’라고 부른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갈라파고스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생물 고유종이 많다. 1835년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섬을 탐험한 이래 독특한 생물 종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섬 또한 1978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세렝게티와 갈라파고스는 둘 다 야생동물에게는 좋은 서식 환경이지만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방이 열려 있는 초원지대인 세렝게티는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부터 최하위 소형 초식 동물까지 없는 게 없다. 검은 꼬리 수만 마리가 이동 중에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종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며, 그런 먹잇감이 있기에 사자나 악어도 살 수 있다. 그 자체가 건강한 생태계의 한 모습이다. 한편 갈라파고스는 서식하는 동물의 모양부터 특이하다. 현재 서식하는 포유류나 파충류는 대개 육지에서 먼바다를 표류해온 동물의 후손으로 추정된다. 대형 도마뱀인 이구아나부터 독특한 데다. 코끼리거북은 몸무게가 200㎏이나 된다. 거북이나 펀치 새가 섬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를 만큼 격리된 환경에서 진화한 흔적이 뚜렷하다. 섬의 주인도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다. 포유류는 쥐, 박쥐 등 10종뿐이며, 개구리 같은 양서류가 살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양서류는 피부가 연약해 오랜 기간 바다를 표류할 수 없었던 게 이유로 추정된다. 갈라파고스가 이런 독특한 생물 종을 갖게 된 것은 100만-200만 년 전 형성된 화산섬이고, 대륙과 1,000㎞나 떨어져 있으며, 오랜 기간 무인도였기 때문이다. 육지와 거의 격리된 그들만의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비유하자면, 세렝게티는 활짝 열린 공간이지만 갈라파고스는 꽁꽁 닫아걸고 살아온 폐쇄 공간이다. 이를 경제에 적용하면 세렝게티는 경쟁과 교역이 활발한 개방경제를, 갈라파고스는 외부와 단절된 채 자급자족하는 폐쇄경제를 상징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인류 역사상 폐쇄적 집단이 개방적 집단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한 적은 없다. 격리된 폐쇄사회는 외부의 작은 병균 하나에 의해서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한때 화려한 문명을 자랑했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궤멸적인 인구 감소를 겪은 것도 외부 전염병 탓이었다. 그들은 가축화한 동물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가축 전염병에 속수무책이었다.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 이민족과의 교류 및 교역은 경제적 번영의 필수 조건이다. 역사상 번성했던 나라들은 하나같이 교역의 문호를 활짝 연 나라들이었다. 로마 제국이 그랬고 중국의 당과 원나라, 중세의 베네치아, 근대의 네덜란드와 대영제국, 오늘날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한결같다. 개방은 비교우위를 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부족함을 메워준다. 굳이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이 6.25의 폐허 위에서 불과 두 세대 만에 선진국 문턱에 이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개방과 국제무역 덕분이다. 물론 무역의존도가 높아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거나,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해 충격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교역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인 무역의존도는 100%가 넘어 G20 가운데 최고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나 신흥시장 국가들의 경기가 나빠지면 수출에도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역설적으로 한국의 강점이 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의 국가별 수출 실적을 보면 한국은 2012년 세계 239개국에 수출했다. 수입 상대국은 229개였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국제 축구연맹 회원국 207개국, 심지어 코카콜라가 진출한 220여 개국보다 많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와 교역하는 나라가 한국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수출 상대국 상위 10위는 중국,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러시아이며, 그 밖에 생소한 나라에도 한국의 상품이 팔려 나간다. 수출 상대국의 다양성은 특정 국가에 위기가 닥쳐도 웬만해서는 영향을 받지 않는 충격흡수장치 역할을 해준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사방이 뻥 뚫린 대평원과 다를 바 없다. 온갖 자연선택, 적응, 생존경쟁을 통해 진화한 것이다. ㅋ경제가 튼튼해지고 국가가 부강해지는 길은 분명하다. 밖으로 활짝 열고 적극적으로 나아갈 때 자연스레 경쟁력이 생겨 어떤 상황에서도 적을 할 수 있다. 평생 진화생물학을 연구한 최재천 국립 생태 원장은 ‘섞어야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가축인, 소, 돼지나 닭, 오리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가축 전염병에 걸렸을 때 전부 도살 처분하는 것은, 개체 수는 많지만 다양하지 못한 탓이다. 외부와 섞이지 않은 채 담을 쌓고 우물 안 개구리로만 지낸다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개방형 세렝게티가 될 것인가. 폐쇄형 갈라파고스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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