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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제 2차 세계 경제위기에 관해

이제 눈을 돌려 세계 경제를 살펴보고 향후 10년을 전망해보자. 한국 경제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까지 지뢰밭이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그나마 세계 경제는 상황이 좋아 한국이 수출 위주로 경기를 재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안팎의 경제 상황이 동시에 안 좋다. 더구나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는 단시일 내에 호조로 돌아설 것 같지가 않고 향후 5년 이상 장기 침체 또는 저성장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당장 눈앞에 다가오는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점증하고 있는 세계 경제위기 2막이다. 알다시피 2008년 9월 15일 글로벌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 파산을 계기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당시 금융위기는 과도한 주택담보대출과 이를 기초로 한 파생 금융 상품을 매개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되었다. 금융위기는 생산 위축과 소비지출 감소, 실업자 급증 등 실물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이에 세계 각국은 G20 회의 등을 통해 보조를 맞춰 대규모 적자재정, 제로 금리, 양적 완화 등으로 경기 후퇴에 맞섰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제2차 세계 대공황'의 악몽이 현실화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금융위기 직후의 극심한 위기감은 상당히 사라졌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매우 취약한 상태다. 아직 세계 경제위기는 극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급성 위기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들이 위기의 제2 파고를 만들어냈다. 거품 붕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민간 부실을 공공 부문이 떠안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공공 부채가 급증했다. 또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등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대책을 총가동한 결과 세계적으로 돈이 흘러넘치게 되었다. 닥치는 대로 돈을 풀어 경기 침체를 막아낸 탓이다. 이에 따라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달러로 표시되는 유가와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재정 여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국가 신용도가 강등되고, 주가가 출렁이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 2막에서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곳은 유럽 쪽이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곳은 남유럽 국가들, 그리스 등 남유럽의 피그스 국가들은 막대한 부채 위기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세계 경제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유로존의 부채위기는 쉽게 해소되기도 어렵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들 나라의 국가 채무액이 이미 지급불능 상태가 될 정도로 지나치게 과도하냐는 점이 문제다. 그리스의 국가 채무액이 GDP 대비 143%인 것을 비롯한 이탈리아가 120%이고 가장 여건이 좋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 채무 비율도 80~90%를 오르내린다.
국가 채무액 비율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급증했다. 이 때문에 피그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거나 강등될 위기에 처하면서 위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특히 2011년 말에 가까워지면서 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까지 구제금융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심지어 2011년 11월 말에는 독일 국제마저도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못해 유로존의 위기감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 위기가 도미노처럼 퍼지고 있는 것은 유로화 국가들끼리의 정부의 금융권의 채무 채권 관계가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벨기에 최대 은행인 덱시아가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정부의 구제로 살아난 것은 전조에 불과하다. 유럽 대다수 은행이 지난 10여 년 동안 무분별한 투자를 일삼았다. 특히 비율 측면에서 지난 금융위기 때 미국 은행들의 지렛대 비용이 13대 1 정도였던 것에 비해 유럽 금융회사들이 지렛대 비율은 25대 1 정도다. 미국 은행들보다 2배가량이나 높은 것이다. 일반 가계에 비유하면 수중에 2원밖에 없는데도 빚을 잔뜩 내서 5억 원짜리 집을 산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집값이 계속 뛰어준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고 집값이 하락한다면 이들 가계는 버틸 재간이 없다. 지금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바로 그런 꼴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유럽의 중심국들이 저금리의 힘을 빌려 남유럽과 동유럽 등 주변국의 부동산과 채권 등에 막다 하게 투자했다. 이제 자산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엄청난 부실을 떠안아야 할 판이다. 특히 유럽 2위의 경제 강국인 프랑스의 경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금융기관에 6달러나 대출해줬다. 2011년 한국 GDP의 약 60%나 되는 막대한 돈을 신용등급이 급락하고 있는 나라들에 투자했다. 프랑스가 그 돈의 절반이라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채권국들이 남유럽 피그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채무국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지만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채권 회수가 불투명 해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채권 가격이 내려가고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2008년과 같은 신용경색과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2012년 중에 은행채 등의 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하면서 각국의 사정이 악화하면 실제 이행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