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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제 2차 공동화에 대한 정보

취업난과 고용 불안이 만연한 상황은 시들어가는 산업 생태계와 맞물려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원이 9명 이하인 영세 사업체의 수는 거의 늘지 않고 있다. 201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1993년에 비해 2.3배나 커졌지만, 직원이 300명 미만인 중소사업체의 고용 비중은 1993년 12%를 넘었으나 2010년에는 6% 전후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반 토막 난 것이다. 대기업의 양질의 일자리는 많이 줄어든 가운데 영세한 중소사업장의 질 낮은 일자리들만 양산되고 있다. 제조업에 국한해서 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직원이 300명 이상인 기업뿐만 아니라 1,000명 이상인 대기업도 계속 줄고 있다.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의 활발한 창업과 성장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체를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이 지속하는 탓이기도 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액수다. 한국의 직접투자는 크게 1990년대 초중반과 2005년 이후 최근까지 크게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이는 국내 수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제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이 대규모로 일어난 탓이다. 이른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진행된 것이다. 1차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1990년대에 중국과 아세안 등에 국내 기업들이 의류와 섬유업을 비롯한 각종 소비재를 중심으로 다퉈 투자하면서 발생했다. 이 현상은 이른바 공산권 몰락 이후 거세게 불어닥친 세계화 바람과 맞물려 있었다. 이때의 투자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값싼 노동력과 넓은 시장을 노린 투자였다. 이렇게 해서 해외 직접투자액은 연간 50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났다. 해외 직접투자는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주춤했다가 2005년 이후 다시 급증했다. 2차 제조업 공동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직접투자 규모는 1990년대보다 훨씬 커져서 2008년에는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당시 환율로 약 19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액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잠시 주춤했으나 2010년에는 233억 달러까지 늘었다. 2005년 63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 가량 늘어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서 1차와 2차 제조업 공동화의 차이를 잠깐 사 피워보면 1차 제조업 공동화는 일본-한국-중국 및 동남아로 이어지는 기러기 편대 모델 측면에서 한국의 사양 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이전되는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1차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고용 축소나 생산 위축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소비재 중심의 현지 투자가 중심이었던 1차와는 달리 2차 때는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휴대전화,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보다는 전 세계의 부품 조달, 생산, 판매망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것이다. 이 같은 2차 제조업 공동화로 한국의 주력 산업 제조기지 등이 빠져나가면서 한국의 고용과 생산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현대자동차는 2010년 9월 러시아에 연간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준공하고 러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사 11개가 고용하는 현지 인력은 약 5,300명에 이른다. 현대차는 향후 현지 부품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기 때문에 현지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더구나 공장 건설, 자동차 생산, 고용 인력의 소비 등을 통해 발생하는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생각하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 효과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크다. 어쨌든 현대차가 국내에 이런 생산 공장을 건설했더라면 생겨났을 일자리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늘어날 수 있었던 10만 명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브라질과 베트남 등에 휴대전화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술 유출 위험 등을 이유로 꺼렸던 반도체 공장까지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36억 달러를 투자했고 2011년에는 중국에 3~4조 원을 투자해서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만큼 국내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들 수출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두고 기득권 언론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못 이겨 떠나는 '자본 파업'이라며 재벌에 대한 더 강한 특혜를 요구하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이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수출 대기업은 치열한 세계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기업은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경쟁 구도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만약 노동자의 파업에 못 이겨 감정적으로 해외로 옮겨가는 기업이라면 곧 망하고 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해외투자 확대가 충분한 검토 아래 이뤄졌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5~10년간의 실적을 두고 평가할 수 있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실적은 최근 몇 년 동안 좋았으나 이는 환율 효과에 힘입은 바가 크기에 단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경향은 한동안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 배경이야 어떻든 결국 2차 제조업 공동화는 한국 경제의 일자리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만약 국내 대기업이 생산 공장을 옮기는 대신 외국인들이 국내 직접투자를 통해 이를 상쇄해준다면 별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