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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실업률에 대한 정보

대한민국 경제의 최대 불가사의는 실업률이다. 2000년대 이후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오륙도처럼 취업난과 고용 불안을 반영하는 말들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신 삼포 세대(직장이 없어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청년층), 거마 대학생(등록금을 벌기 위해 서울의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다단계업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학생들). 청년실신(청년 대다수가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 등 청년 실업난을 중심으로 한 신조어들이 끝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20대부터 50대 이후 은퇴 세대까지 일자리가 없어 고통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지 않고 한 나라 경제가 달성할 수 있는 최저 실업률을 3%대로 본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2000년 이후 내내 통계상 실업률 3%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 실업률이 3%밖에 안 된다는 걸 믿는 사람들이 있는가. 지금의 실업률이 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지 세대별로 살펴보자. 20대 가운데 취업이 안 되어 대학원대 진학하거나 졸업 후에도 고시, 공시, 취직 시험을 몇 개씩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다. 졸업 전에 휴학하거나 5, 6년씩 학교에 적을 두는 경우도 넘쳐난다. 오랫동안 취직이 안 되어 소액으로 전업 개미 투자자로 나선 경우라도 사실은 실업 상태에 가깝다. 20대 인구는 2000년 750만 명가량에서 2010년 640만 명가량으로 110만 명 정도 줄었다. 이처럼 인구가 줄었는데도 20대를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 취업난을 반영하는 온갖 신조어가 보여주듯이 20대 청년층의 실업난이 가히 공포 공포극 수준이다. 취업난 때문에 졸업을 미루고 휴학을 하거나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에 나서는 등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설사 취직이 된다 해도 상당수가 이른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불완전 취업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극심하다. 현 정부가 사상 최대의 공공 부채를 동원 부양책을 폈음에도 청년층의 실업난은 거의 개선되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 젊은이들은 일하고 싶어도 취직을 할 수 없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그리고 주요 고위 공직자들이 돌아가면서 20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윽박질렀다. 마치 일자리가 많은데 젊은 세대가 과욕을 부린다는 식으로 훈계한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기는커녕 말이다. 10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학을 졸업한 20대도 취업이 안 되는데 10대의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일본, 독일, 스위스 등에는 고부가가치 기능직이나 서비스업 등의 수습생 자리가 많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10대가 취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이다. 실제로 10대의 취업률을 5% 정도에 불과하다. 10대, 20대 가운데는 정식으로 취업이 될 때까지 편의점, 커피숍, 음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어지는 급료는 2011년 기준 최저임금인 수준으로 형편없디. 이나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악덕 업주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인 30대 가운데도 잠재 실업자는 널려있다. 현재의 30대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 고용이 극도로 위축되고 비정규직이 급증할 당시에 사회에 진출해서 일자리 불안이 매우 심각한 세대다. 이 세대가 사회에 진출한 2000년대에는 집값까지 폭등해서 도저히 연애나 결혼을 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이 세대에는 고시원 등에 기거하면서 홀로 사는 노처녀, 노총각 그룹이 대거 몰려 있다. 현재 40대는 일자리 면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직장을 꿰찬 경우가 많은 '복 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취업률도 가장 높은 이 세대는 각종 기업에서 중견 간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대는 자녀가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해 교육비 부담이 크고 노후 생활도 준비해야 한다. 겉보기에 실업률이 낮은 50대는 어떨까. 요즘 한국 기업의 행태상 50대 초중반이면 대부분 은퇴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 50대부터 실업률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50대의 취업자 수는 최근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50대가 어떤 식으로든 재취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재취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눈물겹다. 그들은 아직 살아갈 날도 많이 남아 노후 대비도 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어야 하기에 식당이든 커피숍이든 심지어 김밥 장사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도시의 경우 60대 이후는 일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세대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60대 이상의 취업률은 30%밖에 안 된다. 그나마 경기, 전라, 경상, 제주, 강원 등 농촌 지역의 60대 이상 취업률은 4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는 농촌 지역의 노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으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대도시의 60대 이상은 일거리가 없어서 일할 수 없는 상태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지만 취업률 조사에서는 비경제활동 연구로 분류되어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이처럼 세대별로 조금만 훑어보아도 40대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실업자가 엄청나게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취업난과 고용 불안은 바로 이런 현실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