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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경제민주화에 대하여

1987년 이후 정치적 민주주의가 진전되면 우리는 경제적 여건도 자연스레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님을 외환위기 이후 시련의 10여 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민주화 이후 정권 교체는 해봤어도 재벌과 토건으로 표상되는 경제권력 교체에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정치적 민주화의 외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생활은 ‘삼성공화국’이나 ‘토건국가’에 의해 사실상 지배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 등 재벌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이고 언론은 길들이며 사법 시스템을 우롱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이들 기득권 세력은 한국 경제의 자원을 독점하고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와 정책들을 만들어서 지속하고 있다. 다수 국민의 몫을 이들이 가로채고 있다. 이제는 소수의 기득권층만이 아닌 대다수 국민의 삶을 향상하는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경제민주화가 절실한 시대적 과제다. 탈퇴 건과 재벌 개혁, 조세 형평선 확보와 재정 개혁, 공정 경쟁 질서 확립, 비정규직 해소를 비롯한 노동시장 개혁 등이 그 구체적 과제들이다. 이 과제들은 달성해야 한국 경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진정한 경제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재벌과 부유층 등에게 퍼주는 대신 대다수 국민의 경제적 자생력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일부 기업과 고소득층 사이에서만 돈이 도는 폐쇄형 빗장 경제가 아닌, 대다수 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개방형 확산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또 외환위기 이후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명 난 낙수효과보다 경제의 밑바닥 생태계를 탄탄히 다져서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는 분수효과를 지향해야 한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자면, 2011년 초여름 잠시 짬을 내서 혼자 제주도 올레길을 걸은 적이 있다. 제주도에는 이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여섯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걸을 때만큼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적이 없었다. 이른바 ‘제주도의 재발견’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와 올레길을 걸을 때 나의 소비패턴이 상당히 달라졌음의 느꼈다. 과거에는 제주도에 가면 렌터카를 빌려 탔다. 나는 렌터카로 호텔이나 콘도에 가서 숙박했고, 식사도 그 안에서 해결한 적이 많았다. 그때는 렌터카 업체, 호텔, 콘도 체인을 운영하는 대기업 돈벌이를 시켜줬던 셈이다. 나는 골프를 치지 않지만 여행객들의 경우에는 대기업 돈벌이를 시켜주는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반면 올레길 여행에서는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주 해안 길을 따라 걷다가 배가 고프면 길에서 가까운 동네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사 먹었다. 생수나 군것질거리도 길가의 슈퍼나 구멍가게에서 샀고 잠도 올레길 근처의 민박이나 펜션에서 해결했다. 동네 근처의 허름한 호프집에서 회포를 풀기도 했다. 결국 올레길 여행에서 내가 쓴 돈이 돌아온 곳은 평범한 서민들의 주머니였다. 똑같이 제주도를 간 것이지만 내 소비가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랐다. 올레길 여행이 생기기 전까지 제주도 관광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전자의 형태로 이뤄졌다. 제주도의 관광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전자의 형태로 이뤄졌다. 제주도의 발전 전력도 전자에 중점을 둔 방식이었다.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식의 경제발전 방식을 채택해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대규모 리조트나 시설을 지으면 결국 혜택을 보는 것은 주로 대기업이다. 워낙 민간 자본이 취약하다 보니 정부가 해외 차관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모은 민간 자본을 큰 놈들에게 배분해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대기업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고 소득도 증가하는 시기가 있었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작용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일상화했고 비정규직을 늘렸으며 외주를 일상화했다. 그 결과 재벌 대기업들의 배는 불렀지만 아래로 떨어지는 떡고물은 점점 줄었다. 대규모 개발 사업도 재벌 대기업들만 독식할 뿐, 하청부 업체들은 늘 쫄쫄 굶었고 재벌 대기업은 협력업체들의 납품가를 후려쳐서 배를 더울 불렸다. 쉽게 말해 현재 한국 경제는 골프장 경제다. 어느 지역에 골프장이 지어졌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좋아지는 법은 없다. 골프장에 가면 골프 라운딩부터 식사와 숙박까지 모두 골프장 안에서 해결된다. 골프장 18홀을 운영하는 과정에 150~300명 정도의 인력이 고용되지만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은 50~60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돈들이 상류층과 재벌 대기업에서만 돌뿐,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 낙수효과가 사라진 경제다. 이제는 대다수 경제 참여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개방형 확산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밑바닥을 따뜻하게 데워서 국민 경제 전체에 온기가 흐르는 분수효과를 일으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올레길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올레길은 밖으로 열려 있다. 그래서 올레길 주변 동네에는 여행객들이 떨어뜨리고 간 돈이 돈다. 더구나 그 돈들은 서민들 사이에서 돈다. 서민들에게 그 돈 한두 푼이 절대 작지 않다. 그렇게 해서 서민 경제가 튼튼해진다. 또한 흐름이 만들어지면 제주도 주민들은 과거처럼 난개발씩 관광지 개발보다는 비용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제주의 경관을 살리는 생태 관광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자연경관도 더 잘 보존되는 것이다. 물론 형제는 올레길과 같은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퍼지면 얼마든지 밑바닥에서부터 물이 솟아올라 경제 전반에 활력이 생기는 분수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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