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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블루오션 전략에 관하여

포유류 중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최고속도가 시속 100㎞가 넘는다는 치타다. 하지만 치타는 우사인 볼트처럼 단거리의 명수이지, 장거리나 마라톤 선수는 아니다. 워낙 빠르기에 200~300m가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한계다. 치타에 쫓기는 어린 영양이 몇 초만 잡히지 않고 달아나면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네 발 가진 포유류 가운데 가능 느린 동물은 뭘까? 느림보의 대명사인 거북이는 파충류이지 포유류가 아니다. 답은,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나무늘보다. 나무늘보는 온종일 나무 위에서 꼼짝도 않으며, 18시간을 잔다. 나무늘보는 영어로 ‘sloth’인데 이 단어는 본래 ‘나태’, ‘게으름’을 뜻한다. 나무늘보가 얼마나 느린지 비교해보면 사람은 분당 100여 미터를 걸어가고, 우사인 볼트는 100m를 9초대에 주파한다. 치타가 최고속도에 이르렀을 때의 소도를 계산해보면 초당 29m에 이른다. 반면 나무늘보는 나무 위에서 시간당 900m를 움직일 수 있다. 1분에 15m를 가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도 땅에서의 이동 속도와 비교하면 그나마 빠른 편이다. 땅에서의 최고속도는 고작 분당 4m로, 1초에 7㎝도 가지 못한다. 이쯤 되면 네 발 가진 동물 중 최고의 느림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몸을 방어할 이렇다 할 신체적 무기도 없다. 나무에 매달리기 좋게 발톱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나무늘보는 여전히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호주에는 아주 귀여운 얼굴을 한 유대류 동물인 코알라가 있다. 코알라는 호주 원주민의 말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뜻의 ‘굴라’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코알라는 식물을 통해 수분을 섭취할 뿐, 따로 물을 마시는 일이 거의 없다. 또한 나무에 매달려 살고, 나무늘보보다 더 게을러서 하루 20시간을 자며, 나머지 시간에는 끊임없이 먹는다. 먹고 자는 것 말고는 잘하는 것도 없고 자신을 방어할 무기도 없다. 그런데 코알라 역시 멸종되지 않고 잘살고 있다. 나무늘보와 코알라의 공통점은 험한 환경과 천적들의 틈바구니에서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신체 조건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멸종되지 않은 비결은 무엇일까? 나무늘보는 야행성이며 나무의 잎, 새싹, 열매 등을 먹고 산다. 나무늘보가 주로 먹는 나뭇잎은 영양이 별로 없고 소화도 잘 안 돼서 다른 동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나무늘보가 나무 위에서 오랫동안 잠을 자는 것도 천천히 소화하기 위해서다. 신진대사가 느리므로 몸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느릿느릿 움직인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존하게끔 진화한 것이다. 코알라도 마찬가지다. 야행성이고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주된 먹이는 유칼립투스잎이다. 나무늘보처럼 영양가도 별로 없는 유칼리 잎만 먹고 하루 20시간을 자는 생활이다. 유칼리 잎은 소화도 잘 안 되고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코알라 외에는 먹는 동물이 없다. 그러니 잠을 자면서 장시간 소화하는 식으로 적응한 것이다. 나무늘보와 코알라는 천적들과 격리된 서식환경에 살면서 다른 동물들과 먹이 경쟁을 벌일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이처럼 힘없고 느린 동물도 경쟁자가 없는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 전력을 통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경영학에도 이런 개념이 있다. 바로 ‘블루오션 전력’이다. 해안에서 가까운 바다가 레드오션이라면 블루오션은 먼 대양이다. 레드오션에서는 수많은 어종이 생존의 이전투구를 벌이는 반면, 블루오션은 그럴 필요가 없다. 레드오션이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산업을 의미하고 이미 세상에 알려진 시장이라면, 블루오션은 현존하지 않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시장이다. 느려 터진 나무늘보나 코알라가 지상의 연하고 맛있는 풀을 놓고 다른 동물들과 경쟁을 벌였다면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 위에서 맛없고 질긴 풀을 주식으로 살았기에 다른 종들과 먹이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되었다. 나무늘보와 코알라야말로 진짜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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