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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신보호주의에 관하여

보호무역주의를 중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통상 정책을 예견하게 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은 2018년 2월 말 의회에 보고된 미국 무역대표부의 2018년 무역 정책 어젠다에 정리되어 있는데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라는 사실을 지렛대로 삼아 해외 시장을 열고, 보다 효율적인 글로벌 시장과 미국 노동자들에게 보다 공정한 대우를 확보한다. 이 정책은 다음과 같은 5개의 기둥을 통해 지지된다. 1. 국가 안보를 뒷받침하고, 2. 미국 경제를 강화하며, 3. 더 나은 무역협정을 협상하고, 4. 미 통상법을 공격적으로 집행하며, 5. WTO를 개혁한다." 이러한 미국 통상 정책의 배경을 살펴보고 세계 통상 질서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를 전망해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는 상당 기간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통상 마찰의 중심에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및 국가 보조금 문제가 있으며, 이러한 통상 마찰은 WTO를 중심으로 한 현 세계 통상 질서를 뒤흔들면서 새로운 통상 질서 정립의 필요성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히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첫째는 '신보호주의'라 할 수 있는 미국 통상 정책의 배경이다. 즉,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의 폭발적 대미 수출 증가와 노동 절약적 기술 발전을 논하고, 이러한 경제적. 기술적 요인이 어떻게 미국의 정치 및 정책에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를 무역. 정치. 경제적 이론을 통해 살펴본다. 둘째는 WTO를 중심으로 한 세계 통상 질서의 핵심적인 내용 및 한계와 현 세계 통상 질서가 어떻게 도전을 받고 있는지를 기술한다. 셋째는 앞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소위 '신보호주의'가 세계 통상 질서 및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하고 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현존하는 세계 통상 질서가 형성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주로 유치산업 보호론에 기반해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채택되고 유지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수출 지향적 보호무역 정책은 상당 부분 약화된 반면, 21세기 들어서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반 글로벌리즘 정서가 강화되었고 보호무역주의도 그 중심축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신보호주의'는 단지 보호무역 정책과 같이 해외에서 생산된 재화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이민 정책, 반 해외 직접 투자, 혹은 반 해외업무 위탁과 같이 생산 요소의 국가 간 이동에 대해서도 제한을 강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서서, 보다 광범위한 보호주의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신보호주의'가 통상 정책의 중심축이 비관세 장벽의 누적 적용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온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중심이 된 신보호주의 정책이 그 영향력을 확대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보호주의 등장 배경에는 어떠한 경제적. 정치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현재 신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세계 통상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신보호주의 등장의 배경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들 폭발적 대미 수출 증가와 노동 절약적 기술 발전이 자리 잡고 있고, 이러한 경제적. 기술적 변화는 미국의 제조업 노동자들의 소득을 떨어뜨려 이들로 하여금 급진적 보호무역 정책을 선호하도록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널리 알려진 사실은 중국의 대미 제조업 수출의 급격한 증가와 같은 시기에 진행된 미국 제조업 고용 비중의 하락이다.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가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고용에 실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데이비드 오 터와 데이브 던, 그리고 고든 핸슨이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발표한 논문 '차이나 신드롬'은 미국의 카운티 수준의 자세한 산업별 생산 및 고용 자료를 이용해 미국 제조업의 고용 감소가 상당 부분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에 의해 촉발된 것임을 실증 분석을 통해 보였다. 이후 이 논문과 이들의 후속 연구들은 미국 내 보호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이들에 의해 자주 인용되는 연구가 되었다. 선진국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노동이 풍부한 개발도상국과의 무역이 증가되면 개발도상국 제품에 담겨 개방도상국의 값싼 노동을 수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자국 노동자들의 임금 및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의 경우가 특별했던 것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의 대미 수출이 일부 제품에는 매년 1,000% 이상씩 증가한 바와 같이 매우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노동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이러한 충격을 흡수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노동 임금 또한 고도성장을 통해 예전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고, 실제로 적지 않은 다국적 기업들이 제조 공장을 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들로 이전하고 있기에 앞으로는 이러한 보호무역 정책을 촉발시킨 원인들이 약화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또한 약화될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예상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제조업의 미국 내 고용 비중이 줄고 있는 보다 큰 원인이 기술 발전의 장기적 방향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