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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소득 불평등에 관한 정보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1977년 IMF 사태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모범이라 할 고도성장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고도성장 과정에서 다량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분배 문제 역시 저절로 해결되었다. 말하자면 성장, 고용, 분배의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오직 성장에만 신경을 쓰고 일자리, 분배 문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도 분배 문제는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빈곤을 감소시키면서 고도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세계은행이 1993년 발간한 유명한 보고서 '동아시아의 기적'에서 한국을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킨 성공 사례의 하나로 소개하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뒤 1997년 말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 이후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성장과 분배의 양립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년간 성장률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성장률만 저조한 게 아니라 양극 한 현상도 심각하다. 수많은 연구에서 지난 20년간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몇 년 전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나온 뒤 조세 자료에 입각한 불평등 분석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서도 불평등 심화는 예외 없이 나타난다. 피케티의 연구 방법을 수용해 한국의 국세청 자료를 갖고 김낙년, 홍민기 두 연구자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김낙년의 연구는 일제 강점기까지 올라가는 장기 분석인데, 그는 피케티가 여러 나라에 대해 보여준 U자 모양의 불평등 곡선을 한국에서 추출해냈다. 한국의 경우에는 자료의 한계로 인해 중간의 수십 년간은 공백으로 남아 있으나 자료가 있는 양쪽 끝의 기간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U자형의 장기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그의 추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확실히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수준은 최근에 와서는 일본, 프랑스를 추월해서 미국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기 박사 역시 국세청 소득세 자료를 갖고 불평등 추이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1958년 이후 한국의 불평등이 상승 추세를 보여온 것으로 나타난다. 김낙년, 홍민기 두 연구자의 분석 결과는 전반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르지만 적어도 1998년 이후 불평등의 상승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여러 나라를 추월해 현재 OECD에서 가장 불편한 나라인 미국에 근접하고 있다. 물론 불평등 심화는 세계적 현상이고, 한국보다 더 불평등한 나라가 후진국 중에는 많이 있지만 불평등의 상승 속도에서 한국만큼 빠른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20년간 또 하나 뚜렷이 나타는 현상은 노동 분배율의 하락이다. 피케티의 연구에 의하면 이것 역시 지난 30년간 범세계적 현상이지만 문제는 한국만큼 이 문제가 심각한 나라도 드물다는 것이다. OECD 각국에서 최근 노동 분배율은 약 5% 포인트 정도 하락했는데, 한국에서는 약 10% 포인트 하락해 다른 OECD 국가를 능가하고 있다, 피케티는 지난 30년간 자본의 힘이 강화되고 자본 소득 분배율이 상승한 현상을 여러 선진국 통계를 통해 밝혔는데, 한국에서 이 현상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비정규직의 팽배 현상과 떨어져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지난 20년간 비정규직의 오남용이 극심한 결과 노동의 분배 몫이 크게 하락했고, 자본 소득 몫은 증가해온 것이다. 이 현상의 다른 얼굴이 가계 소득의 하락과 기업 소득의 증가 현상이다. 노동 분배율의 하락과 가계 소득의 하락은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그것과 동시에 자본 분배율의 상승과 기업 소득의 증가가 진행되어왔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1997년 말 한국을 강타한 소위 IMF 사태 이후 심해진 소득 양극화 현상은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불평등 심화는 거의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만큼 그 속도가 빠른 나라는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인적 자본 투자의 상당 부분을 가계가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계 소득과 노동 분배율의 침체는 저소득 계층의 인적 자본 투자를 저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완화할 정책 수단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GDP 대비 복지 지출은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아서 다른 나라에서 보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나타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IMF와 미국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급속이 시장만능주의가 도입돼 도처에서 종래의 관치 경제, 발전 국가 모델과 충돌해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의 저성장, 양극화 문제는 우리 경제가 기존의 패러다임의 조화를 잃고 방황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