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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심각한 가계 부채에 관하여

금융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다. 금융이 일어나면 돈을 빌려준 경제 주체에게는 채권이라는 자산이 생기고, 돈을 빌린 경제 주체에게는 '부채'가 생긴다. 금융은 여러 경제 주체 사이에서 발생한다. 가계와 기업 간에도 발생하고, 기업과 정부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가계와 가계 간에 그리고 기업과 기업 간에도 발생한다. 그리고 금융에 금융 중개 기관이 개입되어 가계와 은행 간, 기업과 은행 간에도 금융이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다양한 부채 중 가계 부문 전체의 부채를 합한 집계 변수가 '가계 부채'다. 가계 부분은 수많은 개별 가계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총부채를 모두 합한 것이 가계 부문의 총부채, 즉 가계 부채이다. 대차대조표로 말하면 개별 가계들의 대차대조표의 우변, 즉 대변에 있는 부채 항목들을 모두 더한 것이다. 물론 가게 부문은 다른 부문에 빌려주기도 하며 그에 따라 가계 부문은 빌려주거나 투자한 만큼의 자산을 갖게 되는데, 가계 부채는 이러한 다른 부문에 빌려준 채권 혹은 자산을 차감한 '순 부채'가 아니라 '총부채'다. 경제학자들이 순 부채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집계 변수로서의 가계의 순 부채는 모든 경제 주체에 대해 더하면 자동으로 0이 되므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집계 번수로서의 가계 총부채도 모든 개별 가계가 같은 자산 및 부채의 분포를 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개별 가계들 사이에 자산/부채의 분포가 크게 차이가 날 때에는, 집계 변수로서의 가계 총부채의 증가가 금융 안정과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계 총부채의 추이를 주가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들은 총부채로서의 가계 부채 증가가 경제와 금융의 안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여러 나라에 걸쳐 실물 부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는데, 특히 가계 부채와 무기지 공급의 급증했던 국가들에서 성장률 하락 충격이 더욱 컸다. 최근의 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30개 선진국의 데이터를 볼 때 가계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증가하면 3~4년 지나면서부터 GDP 성장의 감소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음이 발견된다. 2017년 발표된 또 다른 논문의 연구는 가계 부채가 1% 포인트 증가하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을 0.1% 포인트 하락시키고, 특히 가계부채가 GDP 대비 80%를 넘으면 이러한 가계 부채의 성장률 하락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남을 발견했다. 과도한 가계 부채가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성장률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이러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가계 부채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증가해 금융 안정을 크게 저해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계 부채 총량을 조절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계 부채를 억제하는 금융 안정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계 부채가 과도한 수준인지에 대한 엄밀한 판단이 필요하며, 그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계 부채 총량의 규모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금융 안정을 위한 가계 부채 규모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계 부채의 규모를 크게 과소평가해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금융 기관으로부터 가계 대출만을 집계한 가계 부채 통계로 가계 부채의 규모를 파악해왔다. 이러한 가계 부채 규모 추계 방법은 가계가 돈을 빌릴 때 금융 기관을 통한 간접금융에만 의존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금융 기관으로부터의 가계 부채에 더해, 다른 가계로부터의 가계 부채가 커다란 수준으로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만 독특하게 전세를 통한 가게 간 부채가 큰 규모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가계 부채에 포함해 가계 부채의 총량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전세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빌려주는 금융계약이다. 따라서 전세가 이루어지면 이에 따라 가계 부문에 가계 간 직접 부채가 발생한다. 준전세도 같이 세입자의 보증금이라는 가게 간 직접 부채가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부채의 총체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전세 보증금/준전세 보증금 형태로 거래되는 가게 간 직접 부채를 포함해 가계 부채를 계산해야 한다. 가계 부채 계산 시 전세 부채를 포함해야 함은 직관적으로도 당연하다. 예를 들어, 어떤 가계가 2년 계약으로 자신의 집을 전세를 주고 전세금으로 1억 원을 받고, 또 2년 만기로 은행에서 1억 원을 빌렸다고 하면, 이 가계가 2년 뒤 갚아야 할 돈, 즉 부채로 대차대조표의 우변에 기록되는 액수는 2억 원이다. 2년 뒤 전세금 1억 원을 돌려줘야 하고 은행에서 빌린 돈 1억 원 또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단, 전세 부채의 규모가 나라 전체의 관점에서 매우 작다면 이를 무시하고 가계 부채를 계상할 수도 있겠으나, 그 규모가 크다면 당연히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 부채는 본격적으로 '총부채'이기 때문에 이중 계산의 문제도 전혀 발생할 수 없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 규모를 1990~2016년의 기간에 대해 추정했다. 먼저 전세 보증금과 준전세 보증금을 더한 게 간 직접 부채인 '전세 부채'를 '인구주택 총조사',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했다. 그리고 이에 한국은행이 보고하는 금융권으로부터의 간접 부채인 '가계 신용'을 더해 보다 정확한 한국의 가계 부채규모를 추정했다. 추정 결과, 2016년은 전세 보증금 부채와 준전세 보증금 부채를 합친 전세 부채 규모는 753조, 전세 부채에 금융권으로부터의 가계 부채인 가계 신용을 더 한 KS 가계 부채 총액은 2,078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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