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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주택담보대출 카드대란에 관하여

주택담보대출이 과포화 상태에 걸렸다. 가계주택담보대출은 400조 원, 만기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깡통 아파트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도,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대란은 옛날 카드 대란과 똑같다. 카드 돌려막기가 국민 경제를 어떻게 파탄으로 몰고 갔던지……. 나도 그 희생자이다. 집이 칩이 되어서 쌓아 올렸던 환상은 분명 거품인데, 언제 그것이 끊어지느냐에 따라 경제적 ‘승자와 패자’가 달라진다는 것이 경쟁의 법칙인가? 주식시장과 같은 원리인가? 나는 우리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만들었고, 차례로 국민카드, 외환카드, LG카드, 신한카드를 만들었던 것 같다. 현금 서비스를 받으면 다음 달에 다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돌려 막으면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단지, 수학의 덧셈과 뺄셈만 필요할 뿐이다. 얼마를 다음 달에 넣어야 하는지, 여유 현금 서비스는 얼마인지, 내가 더 사고 싶은 물건은 무엇인지, 1년 혹은 2년 장기할부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소비를 활성화시키면서 국민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분명 있겠지만,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만 늘린다고 과연 그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그랬다. 문제는 소득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카드 대란에 비유할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소득이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던 2000년 대 중반, 상황은 이랬다. IMF로 인해서 대기업들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인원감축을 했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기업 소유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업들은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은행은 돈이 돌아야 예대차 금리로 수익을 얻게 되는데, 기업이 대출을 해가지 않으니 은행은 국민들을 향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집을 살 때, 주택을 담보로 잡고서 집을 사도록 융자 혜택이 나간 것이다. 집값은 금방 뛰었다. 1억~2억 원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집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집을 칩으로 보고서 달려들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므로 집값은 급상승한 것이다. 사실상, 은행이 개입하면서 집값을 낮춘 것임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높아진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은행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집값은 그렇게 뛰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니까, 집을 사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4억 원짜리 집도 2억 원으로 낮아진 것이다. 1년 이자를 주더라도 1년 후에 집값이 상승하면 이자는 껌 값에 불과하다. 그렇게 집을 4채, 10채씩 소유했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집이 칩이 된 것이다. 이것이 정상일까? 부동산에 재미를 본 사람들은 이런 방법을 이용해서 집을 팔아서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새로운 집을 장만했다. 새로운 집도 주택담보대출을 끼고서 샀기 때문에 사실상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다. 그 한계선이 400조 원까지 불어난 것이다. 만약 여기서 더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카드는 현금 서비스가 대략 30만 원으로 한계선이 정해져 있었다. 그처럼 주택담보대출도 아파트 가격에 피담보채권이 잡히는 것이다. 이때 보금자리 주택이 쏟아졌고, 재건축 재개발 일반분양분이 시장에 군대처럼 등장했다. 정말 군대처럼 오와 열을 맞추면서 현수막이 걸렸다. 초역세권, 교통과 교육 환경이 최고로 좋은 아파트, 한강이 보이는 최고의 전망.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아파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다. 공급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만약 수요량만 받쳐준다면 문제가 아니다. 가격은 공급과 수요의 팽팽한 줄다리기이므로. 그러나 수요는 400조 원의 주택담보대출로 한계선에 다다른 것이다. 집을 사려면 집을 팔아야 새로운 투자 물량을 살 수가 있는 것인데, 집 돌려막기에서 막힌 것이다. 일반분양분이 쏟아지고, 그 집을 사고 싶어서 옛날 집을 급매물로 내놓아도 나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겠는가? 이미 주택물량은 과포화 상태인데, 신축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재산증식 수단으로써 부동산은 ‘매매’의 조건이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은행의 담보대출로 묶여있어서 더더욱 유동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주택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폭등한다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비정상인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무법지대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나는 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신용불량자가 되기 바로 전날까지 나는 은행의 평가기준에서 최우수 고객이었다. 그렇지 않겠는가? 현금 서비스율이 가장 높고, 연체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모든 은행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용을 하고 있었으니.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그 한계선까지 도달해서 매달 그렇게 돌려막으면서 살았으니. 한국 주택 시장도 그 카드 대란과 매우 비슷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판단은 나의 경험칙에 의해서 확대 해석한 측면도 있다. 또한 경제 전문가들 입장에서 ‘논리적 근거 부족’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집=칩’으로 정의한 것도 ‘소리값 비유’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집으로 집을 살 수 있도록 빚을 대출해준 은행의 가계 대출 정책은 현재 1000조까지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400조 원, 나머지는 신용카드와 신용대출이다. 기업대출은 100조도 되지 않는다. 돈은 기업이 버는데, 정작 대출은 서민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즉, 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하고 있는 국민 경제가 정상인가? 차라리, 집문서를 저당 잡히고 화투를 치는 것이 나을 정도인 것이다. 그 화투판은 한 개인의 파탄으로 끝날 것이므로. 부동산 도박판은 국민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